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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목격자들이 사고 수습을 돕기는 커녕 차량에서 쏟아져 나온 돈을 줍기에 급급한 모습을 담은 고발 영상이 공개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9일, 경제가 파탄난 베네수엘라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영상 한편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지폐가 흩날리는 도로 위에 사람들이 차를 세워두고 정신없이 돈을 줍는 모습이 담겨있다. 충격적인 사실은 도로 한쪽에 사고 당사자들이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쓰저져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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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13일 베네수엘라 산펠릭스(SanFelix)와 우파타(Upata)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일어났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도요타 SUV 차량이 타이어 펑크로 휘청거리다가 전복되면서 탑승자와 돈다발들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사고 차량에선 50볼리바르권, 100볼리바르권 수만장이 쏟아져 나와 길을 덮었다.
차량에 현금이 가득 실려 있었던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물가 상승폭이 통제권을 벗어나면서 간단한 생필품을 구입하려해도 박스나 가방 한가득 돈을 챙겨가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700%에 이른다.
사고차량 탑승자들도 이날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 브라질로 향하다가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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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외면 속에 탑승자 3명 중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0대 여성 아나이스 리엘(Anais Leal)만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다.
이 비참한 상황은 돈을 줍지 않은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차량에 실려 있던 돈은 약 300만 볼리바르였다”고 밝혔다. 공식 환율은 10볼리바르당 1달러지만 실제 거래로는 600~1000볼리바르가 있어야 미화 1달러로 바꿀수 있다. 암시장에서는 2800볼리바르당 1달러로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에 쏟아진 돈은 실거래 환율로 약 500만원 수준이지만,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물가를 가만 할 때 이 돈의 가치는 그보다도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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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약탈이 기승을 부리고 사람 목숨에 대한 존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절도범들은 대낮에 대놓고 마트나 식당을 털고, 몸값을 노린 납치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네수엘라 폭력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선 10만명 당 92명이 피살됐다.
마두로(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5일 연설에서 “2016은 취임이래 가장 길고 힘든 해였다”고 토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6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