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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들렀다 맨손으로 강도 잡은 경찰서장

입력 | 2017-01-19 03:00:00

사복 차림 이성호 포항 북부서장… 옆 창구 범행 목격하고 바로 제압




 바로 옆에 베테랑 경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은행을 털려 한 얼치기 강도가 바로 그 경관에게 붙잡혔다.

 18일 오후 2시 20분경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 A은행. 설을 앞두고 근처 파출소 현장 점검을 마친 사복 차림의 이성호 포항북부경찰서장(58·사진)이 잠시 통장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섰다. 이 서장이 은행 창구에서 통장을 확인하려는데 옆 창구 여직원이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여긴 이 서장이 곁눈질로 옆을 살펴보니 한 남성이 검은색 점퍼에 비니 모자를 눌러 쓰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서 있었다. 이 남성은 점퍼 속에서 장난감 총을 꺼내 여직원에게 보여주며 ‘돈 담아’라고 적힌 쪽지와 흰색 비닐봉지를 건넸던 것. 이 서장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한 태도였다.

 주변에 한패가 있는지부터 살핀 이 서장은 단독 범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장난감 총을 든 남성의 왼쪽 손목을 잡아챘다. 놀란 남성의 몸이 자신 쪽으로 향하자 합기도와 태권도 유단자인 이 서장은 그의 양손을 잡아 꺾어 제압했다.

 이 서장은 “일반인과 달리 장난감 총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며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이 서장은 간부 후보 32기 출신으로 지난해 8월 부임했다.

 붙잡힌 남성은 인천 출신으로 현재 무직이며 전과도 없는 박모 씨(39)로 확인됐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이날 박 씨에 대해 강도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