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테러 대비 훈련용 VR 세계 첫 개발 KINAC, 7월부터 시범적용 적 탐지 등 상황별 시나리오 만들어 실제처럼 몸 사용하며 체험 가능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정문 앞. 경계 근무자들에게 총이 지급됐다. 기자 역시 가상의 경계병으로 원전 방호 임무를 맡았다. 정체불명 테러집단의 침투가 예상된다는 첩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끼익∼’ 찢어질 듯한 타이어 굉음소리가 들리더니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기자가 서 있던 정문 초소로 달려들었다. 그대로 정문을 들이받고 차량이 폭발해 정문 경계를 무력화했다. 곳곳에 숨어있던 테러범들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파편 뒤에 몸을 은폐한 채 교전을 벌였다. 테러범이 쏜 총알이 옆구리를 스치자 눈앞에 피가 튀었다. 교전 중 사망한 경계 근무자도 있다. 경계 근무자들이 6명의 테러범을 쓰러뜨린 후에야 ‘미션 성공’이라는 글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실제는 아니다. 하지만 진짜처럼 느껴진다.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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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KINAC 선임행정원은 “원자력 분야 교육에 VR를 접목한 건 세계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론식 교육을 탈피하고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개발한 원전 방호 교육 프로그램 VR-NET 착용 시 보이는 고리 원전 정문 초소 화면. 안드로메다 스튜디오 제공
또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함께 가상공간에 투입될 수 있고, 착용한 조끼로는 총에 맞았을 때의 충격과 폭발의 떨림이 전해진다.
현재 VR-NET는 원전 정문을 테러 차량이 기습한 상황, 외곽초소 경비가 적을 탐지하고 교전을 벌이는 상황, 차량 검문검색 중 폭발물을 발견한 상황 등의 시나리오가 개발됐다. 앞으로 시나리오를 추가해 7월엔 실제 교육 현장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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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