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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상-김준수-박혜나… 이 배우들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나

입력 | 2017-01-17 03:00:00

[리뷰 / 뮤지컬 ‘데스노트’]




엘이 라이토에게 테니스 경기를 제안하며 승부욕을 시험하는 모습(가운데). 엘 역의 김준수(왼쪽)와 라이토 역의 한지상은 팽팽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씨제스컬쳐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데스노트’를 끌고 가는 힘은 탄탄한 기량을 지닌 배우들에게서 나왔다.

 이 뮤지컬은 이름을 적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국내 초연 후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데스노트를 주운 뒤 정의를 실현하는 신이 되길 꿈꾸는 라이토 역의 한지상은 순수함으로 가득했지만 점점 대담하게 사람들을 죽이며 광기로 번득이는 눈빛을 연기한다. 라이토를 추적하는 명탐정 엘 역을 맡은 김준수는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사탕을 빨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집요하게 퍼즐을 맞추는 모습도 그렇고,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에 귀 기울이다 보면 엘은 그를 위한 캐릭터 같다.  

 라이토에게 데스노트를 준 사신(死神) 류크를 연기한 강홍석은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사과라면 사족을 못 쓰는 등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사신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단호함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들의 게임을 음미하는 냉혹함도 함께 보여준다. 라이토를 사랑하는 톱가수 미사를 지키려 애쓰는 사신 렘 역의 박혜나가 보여주는 안타까움과 절절함을 담은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미사 역의 벤은 맑은 음색에 시원한 고음으로 귀를 즐겁게 만든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뮤지컬로는 드물게 원 캐스팅을 통해 공연의 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귓가에 맴도는 곡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음악보다 이야기가 강한 작품이지만 ‘킬링 넘버’가 하나쯤 있었다면 작품의 생명력이 좀 더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6일까지. 6만∼14만 원. 1577-3363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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