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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고심 거듭… “주범인 朴대통령 조사후 결정해야” 시각도

입력 | 2017-01-16 03:00:00

[특검 ‘이재용 영장’ 16일 결론]합병 뒤 최순실씨 모녀 지원 이뤄져
‘결과 -원인’ 바뀐 점도 부담… 법리적 완결성 문제 놓고 長考
법조계 “공여자부터 처벌은 무리”




휴일 없는 특검 박영수 특별검사(왼쪽)가 어방용 수사지원단장과 함께 15일 낮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 특검 등 특검팀 간부 대부분은 일요일인 이날 출근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16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15일 “(경제에 미칠 파장 등) 사안의 복잡함과 중대함을 고려해 내일(16일) 브리핑 이전에 결론 내리겠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계열사 합병에 도움을 받은 대가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특검은 12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밤샘 조사한 뒤 “늦어도 15일까지 신병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정 시점을 하루 늦춘 것.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66)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63) 등 최 씨 모녀 지원에 관여한 삼성 임원들의 신병 처리도 이 부회장 영장 청구 결정 이후로 미뤄졌다.

○ 특검, 뇌물죄 ‘법리적 완결성’ 문제 고심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시점을 늦추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 그리고 청구 시 그 결과가 향후 특검 수사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혐의의 법리적 완결성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삼성전자가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게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봐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전제 조건은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형제자매간은 물론이고 부부간에도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의 경제적 이익을 부부 공동 이익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또 “최 씨와 박 대통령 같은 지인의 경우 공동 이익으로 인정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최 씨와 박 대통령을 경제적 공동체로 인정해 뇌물죄를 인정하게 되면 뇌물죄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족 간, 친구 간, 지인 간 어느 한쪽이 금품을 받은 게 다른 쪽의 뇌물로 쉽게 인정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부지기수로 생겨날 것이란 의미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대안으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3자 뇌물죄’의 전제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 관계가 분명히 입증돼야 한다는 것. 특검팀도 ‘포괄적 뇌물죄’보다는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품을 주고 대가를 받는’ 뇌물 범죄와 이번 사건은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특검이 ‘대가’라고 주장하는 삼성의 계열사 합병이 먼저 발생했고, 이후 ‘금품 전달’에 해당하는 삼성전자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순서상 ‘원인’보다 ‘결과’가 앞선 것이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이렇게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꼬인 뇌물 사건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검이 이 부회장 영장 청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을 포함해 최지성 실장 등 삼성 임원들이 모두 특검에서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것과 계열사 합병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 점도 특검에 부담이 되고 있다.

○ “박 대통령 조사 뒤 이 부회장 영장 판단해야”

 법조계에선 특검이 ‘뇌물 수수자’로 보는 주범 격인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공여자(이 부회장)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영장을 청구해 구속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과 권한, 지위를 감안했을 때 특검은 가장 책임이 큰 박 대통령부터 조사한 뒤 이 부회장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권력형 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사건의 주범인 박 대통령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데 종범들, 특히 강요받은 종범부터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돈을 줬다는 쪽의 조사가 끝났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박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고 이후에 다른 사람들의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물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무거운 ‘받은 쪽’을 조사도 안 하고 형량이 가벼운 ‘준 쪽’부터 처벌하면 안된다는 것.

 또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직권 남용으로 삼성이 최 씨 모녀를 지원했는데 직권 남용 피해자를 뇌물 공여자로 볼 수 있는지 확립된 판례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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