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귀국 후 당분간은 정치 행보 대신 서민, 취약계층, 청년 등과 만나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도운 반 전 총장 대변인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 전 총장께서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싶어한다”며 “특히 서민, 취약계층, 청년층의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런 과정에서 가급적 수행원 줄이고 의전도 줄여서 간소하고 단촐하게 해보고 싶어 한다. 지방 가더라도 놀랄 정도로 단촐하게 다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화합과 통합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공항 행사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이 돌아오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정치적 구호를 하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지지자 분들께서 환영해주는 것 고맙지만 가급적 공항 나오는 것은 자제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이튿 날인 13일에는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다. 이후 반 전 총장을 돕는 실무팀과 보좌팀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주말인 14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과 충주를 찾아 모친께 인사를 드린 후 꽃동네를 방문하며, 15일에는 서올로 올라와 회의 등을 가질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와 팽목항 방문 일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가야될 일정”이라며 “주말에 더 논의해서 15일에 날짜를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대변인은 반 전 총장 경호 문제와 관련, “유엔과 정부가 협의해 반 전 총장의 경호문제를 얘기했다. (정부) 내부 협의를 거쳐 총리 수준의 경호가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왔는데 반 전 총장이 가급적 경호는 줄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최소한 적절한 수준에서 경호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당 의향 등을 묻는 질문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전혀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설날까지는 국민 목소리 듣겠다. 목소리에 따라 앞으로 발길을 결정하겠다”고만 답했다.
이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가 뉴욕 현지 법원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선 “반 전 총장님도 보도를 보고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도 굉장히 놀랐을 거다. 전혀 아는 바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반 전 총장의 입장을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아마 2015년께에도 국내 언론에 보도됐던 것 같고 그때 비슷한 입장을 밝힌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현지에서도 수사 중이니까 적절한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후속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그런 음해성 보도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을 명확이 이야기 할 것”이라며 “또 반 전 총장과 관련돼 여러가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중재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