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간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11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의 16년 간의 과정을 살펴봤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거주했던 박 양은(사망 당시 18세)는 지난 2001년 2월 4일 새벽 1시에 집을 나서 근처 PC방에서 새벽 3시 30분쯤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경찰은 박 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발견 당시 박 양의 몸에는 상처도 있었고, 정액도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 200여 명의 머리카락을 뽑아 DNA를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찰 수사는 난항에 빠졌고, 박 양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러다 2012년 9월 검찰이 장기미제 성폭행 사건 해결을 위한 검경 간 DNA-DB 교차 검색 작업을 벌이면서, 박 양 사건도 다시 수사를 하게 됐다.
국과수에 보관 중이었던 박 양의 질에서 나온 정액 DNA와 교소소에 수감 중인 피의자 DNA 조사 결과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
경찰은 DNA 일치 사실을 숨기고 김 씨를 면담한 결과 그가 드들강을 자주 다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김 씨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성관계는 했으나 죽이지 않았다. 내가 관계한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성관계 후 다른 사람에게 살해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반박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검찰은 2014년 10월 김 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 후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2016년 2월 검경합동 수사를 통해 박 양의 사건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A 씨는 “김 씨가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졌는데 생리 중이어서 성기에 피가 묻어 나왔다고 했고, 성관계 중 아프다고 거부하자 제압하고 성관계를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김 씨가 자신의 혐의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강진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연습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6년 8월 5일 김 씨를 강간 살인죄로 기소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었다.
그리고 11일 광주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등살인)로 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모두 효력이 있다고 발표하며, 김 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20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