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ICBM 도발 협박에 美 강력경고 맞불
하지만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가 아닌 ‘ICBM을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 상황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나 3월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 직전 ICBM 기습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와 같은 (이동식) ICBM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북한에 대해) KN-08 등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장거리미사일(광명성호)의 발사 성공 이후 ICBM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독려해왔다. 소형 핵탄두(핵폭발장치) 추정 물체와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 시험, 대(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분출 및 단분리 실험 장면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인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그간의 개발 성과가 결집된 신형 ICBM을 전격적으로 쏴 올릴 가능성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미 본토를 겨냥한 핵탑재 ICBM의 기습 발사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와 핵군축 협상을 할 수 있다고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거듭 대북 경고에 나섰다. 북한의 ICBM 위협과 관련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8일(현지 시간) NBC 인터뷰에서 “만약 그것이 우리나 동맹 또는 친구 중 하나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발사 즉시) 격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는 한발 앞서려 노력하고 있고, 또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은 “우리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수를 늘리고 형태를 개선했다”며 “또 (한국에는)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들의 슬로건은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오늘밤 전투가 벌어져도 승리할 수 있다)’로, 우리는 한반도와 친구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