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로힝야族 아기의 비극
누가 이 아이를… 진흙탕에 파묻힌 ‘미얀마판 쿠르디’ 언제까지 어른들의 증오 때문에 아기가 희생돼야 하는가. 지난해 12월 4일, 미얀마군의 공격을 피해 엄마와 함께 방글라데시로 가던 미얀마 로힝야족의 생후 16개월 아기 무함마드 소하예트가 강변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평화롭게 자는 듯 엎드려 있는 모습이 2015년 9월 그리스로 밀입국선을 타고 가다 전복 사고로 숨져 해안에서 발견된 알란 쿠르디(당시 3세)를 닮았다. 그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사진을 게재한다. 사진 출처 CNN 홈페이지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남성 자포르 알람 씨는 4일 방송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4일 아내와 함께 난민선을 탔던 아들 무함마드 소하예트가 배가 침몰하면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인이 찍은 아들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소하예트는 사진에서 노란색 상의를 입고 강가 진흙탕 위에 엎드린 채 숨져 있다. 두 팔은 진흙탕 속에 묻혀 있고 두 다리는 웅크리고 있었다.
미얀마는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라카인 주 마웅토의 경찰 초소가 괴한의 급습을 받아 경찰 9명이 숨진 뒤 이 지역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유엔은 최근 미얀마군의 군사작전으로 4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로힝야족은 라카인 주에 집단 거주하는 이슬람 수니파 소수민족이다. 인구의 70%가 버마족인 미얀마는 140개 소수민족을 포용했지만 무슬림 로힝야족은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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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와 아들은 강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뱃사공과 접촉해 아내와 아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지난해 12월 4일 아내와 통화할 때 ‘아빠, 아빠’라고 부르던 아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찰은 난민들이 강을 건너려는 것을 알아채고 총격을 가했다. 총소리에 놀란 뱃사공이 서둘러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으나 정원 초과로 배는 가라앉았다.
그는 지인에게서 아들이 강변에서 숨진 채 진흙탕에 엎드려 있는 사진도 받았다. 알람 씨는 “지인이 휴대전화로 아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말을 잃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인 아예 아예 소는 언론에 “헬기가 저공비행하면서 총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장괴한을 쫓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