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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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퇴장시킨 심판에 돈 세는 동작
해석에 따라 명예훼손죄·모욕죄 해당
친고죄라 당사자 고소 때야 처벌 가능
한 선수가 심판으로부터 파울을 지적받고 5반칙 퇴장을 당하게 됐다. 이전부터 판정에 예민해있던 선수는 돌발적 제스처를 취했다. 퇴장당한 것이 억울한지 심판을 향해 ‘손으로 돈을 세는 동작’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생긴 일이다. 선수들은 경기 도중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한다. 파울을 지적당한 어떤 선수는 심판을 향해 억울하다며 두 손을 모아 빌기도 한다. 득점한 어떤 선수는 관중을 향해 보란 듯이 두 팔을 펼치고 포효하기도 한다. 또 어떤 선수는 같은 장면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 아기 어르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제스처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은 경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러나 모든 제스처가 그런 것은 아니다.
● 명예훼손과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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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두 죄는 어떻게 구분될까. 두 죄는 ‘사실을 적시(摘示)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적시’란 ‘지적하여 보여준다’는 뜻이다. 즉,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욕죄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내가 도둑질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 ‘저 사람이 도둑질하는 것을 내가 봤다’고 말한 경우와 단순히 화가 나서 ‘도둑놈’이라고 한 경우를 상상해보자. 앞의 경우는 명예훼손죄, 뒤의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한다. 사실을 지적하는 수단이나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말에 의하든, 행동에 의하든, 문서에 의하든, 그림에 의하든, 또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례로 돌아가보자.
‘돈을 세는 동작’은 무슨 뜻일까.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당신이 상대팀으로부터 돈을 먹고 나한테 불리하게 판정하는 것 아니냐’라는 뜻이 아닐까. 아니면 ‘돈이나 받아먹을 못된 심판’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앞의 경우로 해석된다면 명예훼손, 뒤의 경우로 해석된다면 모욕으로 처벌될 것이다.
실제로 ‘돈을 세는 동작’을 한 선수는 어떻게 됐을까. 해당 선수는 명예훼손이든, 모욕이든 어느 죄로도 처벌되지 않았다. 두 죄가 친고죄(親告罪) 또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인데, 해당 심판이 고소하거나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선수는 수차례의 비슷한 행동이 쌓여 KBL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올 시즌 드래프트 참가가 금지된 것이다. 형사벌은 아니지만 징계벌을 받은 것이다.
● ‘뒷담화’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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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윙크 하나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윙크가 상대편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잉글랜드 웨인 루니의 반칙에 대해 호날두가 심판에게 맹렬히 항의한 뒤 심판이 루니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호날두가 포르투갈 벤치를 향해 윙크를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잉글랜드는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호날두와 루니는 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이었다. 이후 잉글랜드선수들은 오랫동안 호날두의 윙크를 잊지 못했다. 윙크 하나로 여러 명의 적을 만든 것이다.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