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가 산모들이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제대혈(탯줄 혈액)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27일 보건당국이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다. 또 '최순실 단골병원'인 차움의원 등 차병원그룹 소속 일부 병원이 거짓, 과장 광고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 기증받은 제대혈 제멋대로 쓴 차 회장 일가
보건복지부는 27일 연구 대상자가 아닌 차 회장과 차 회장의 부인, 아버지 등 3명에게 총 9차례 제대혈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지정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2015년 이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 5억1800만 원도 환수하기로 했다.
현행 제대혈법상 기증받은 제대혈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전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연구 대상자로 등록된 환자가 아니면 제대혈 시술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차병원 제대혈은행과 분당차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연구 대상자가 아닌 차 회장과 차 회장 아버지에게 3차례씩, 차 회장 부인에게 2차례 제대혈 시술을 했다.
분당차병원 강모 교수(차병원 제대혈은행장)는 차 회장 일가의 제대혈 시술을 하고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진료기록부 미작성은 의료법 위반으로 강 교수는 3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차 회장이 불법 제대혈 시술을 지시했는지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차 회장이 제대혈을 맞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다른 조사 대상자들은 '차 회장이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강 교수는 자신이 권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불법 시술을 받은 환자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현재 차 회장 일가 처벌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차 회장이 불법 시술을 지시했다면 교사죄 적용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추가로 강 교수와 차병원그룹의 의료법인인 성광의료재단 김춘복 이사장도 제대혈법,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차병원그룹 소속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이 거짓 및 과장 광고를 해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날 "지난달 21일부터 1개월간 두 병원의 홈페이지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의료법을 위반한 게 확인됐다"며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에 각각 3개월,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병원은 별개의 의료기관인데도 한방과 양방 동반 진료가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다. 복지부는 이를 의료법상 금지된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차움의원은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복지부로부터 '전문병원' 지정을 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전문 의료기관인 것처럼 거짓 광고를 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두 병원장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도록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요청했다. 업무정지 처분은 검찰 수사가 끝나고 최종 사법 처리 결과가 나온 뒤 내려진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