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경로 투명화’ 축산물이력제
이달 초 세종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한우 이력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축산물이력제를 이용하면 축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때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국내산 소·돼지는 ‘이력’을 남긴다.
2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에 따르면 축산물이력제는 가축의 출생부터 사육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정보를 기록 및 관리하는 제도다.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축산물 유통 경로를 투명하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축산물이력제는 2008년 국내산 쇠고기를 시작으로 2010년 수입 쇠고기, 2014년 국내산 돼지고기로 적용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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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이력정보는 홈페이지(www.mtrace.go.kr)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축산물이력제, 안심장보기 등으로 검색 가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판매점의 표지판이나 포장지 라벨에 표기돼 있는 이력번호(또는 개체식별번호, 수입 축산물은 수입유통식별번호) 12자리를 정보조회 칸에 입력하면 된다. 바코드나 QR코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통합정보조회를 이용하면 영양성분 정보와 부위별 고기의 양까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축산물이력제는 현재 월평균 조회건수가 354만 건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국민 체감형 HOT 데이터 8선’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공공 분야에서 생산된 다양한 데이터를 민간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3.0’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경우 올해 2월 전국 141개 전 지점에 축산물이력제 단말기를 비치해 스마트폰 없이도 이력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QR코드를 단말기에서 조회하면 이력정보는 물론이고 농장 사진 등 사육환경까지 보여준다. 축평원은 전국 1만191곳의 학교 급식에서 사용되는 고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맘 편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먹을거리가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등급 변경, 불법 유통 등 불법 행위는 유전자(DNA) 동일성 검사를 통해 적발할 수 있다. 도축 과정에서 시료를 떼어내 축평원 내에서 보관하다가 필요하면 비교하는 방식이다. 축평원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수준의 DNA 분석 장비 및 기술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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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평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산물 유통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철저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축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