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은 영화 ‘마스터’에서 이병헌, 강동원, 오달수, 진경 등 베테랑 선배들 틈에 끼었다. “민폐 끼칠까 부담스러웠다”고 돌이켰지만 “학원 가는 기분이었다”며 배울 수 있음에 의미를 뒀다. 사진제공|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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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배우려고 찾아가는 느낌
이병헌·강동원·오달수 등 에너지 충만
현장에선 각자 배역에 맞는 눈빛 놀라워
김우빈(27)이 출연작을 결정한 뒤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자신이 연기할 새로운 인물과 어울릴 만한 향수를 고르는 일이다. 21일 개봉한 영화 ‘마스터’를 준비하면서도 새로운 향수를 찾아 뿌리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특별한 징크스가 있어서가 아니다. “영화 ‘기술자들’을 찍을 때 우연히 시작해 버릇이 됐다”는 김우빈은 “내가 먼저 맡는 향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택한다”며 웃었다.
덕분에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집) 촬영장에 김우빈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향기를 먼저 맡고 그의 등장을 눈치 챘다고 한다. 향기는 스크린을 통해서도 전해지는 듯하다. ‘마스터’에서 맹활약한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김우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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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은 앞서 출연한 영화 ‘스물’의 촬영장 가는 길을 “즐기려고 놀이터 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좋아하는 걸 배우려고 학원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가보니 선배들은 이미 각자의 배역에 맞는 눈빛으로 변해 있더라. 놀라웠다. 이병헌 선배와 동원 형은 밝은 에너지가 강하다. 현장을 밝게 만드는 힘이 대단하다. 차이도 뚜렷하다. 이병헌 선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디어를 낸다. 질보다 양이다. 하하! 동원 형은 좀 더 깊게 혼자 고민하곤 할 말만 딱 꺼낸다.”
김우빈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설계자와 그를 좇는 경찰의 대결을 다룬 영화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다. 극중 경찰은 사기 프로그램을 설계한 그를 포섭해 사기사건을 일망타진하려 한다. 김우빈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많은 대사를 하고, 가장 많은 사람과 맞붙는다.
“어떤 틀을 정하고 시작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귀와 눈을 열고 선배들의 연기에 반응해야 했다. 어떤 틀도 만들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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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버지와 단 둘이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아버지께 ‘연기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을까’라고 말했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비슷하게 대학 졸업해서 취업 준비 하지 않았을까. 요즘 나는 빨리 마흔 살이 되고 싶다. 인생 경험이 더해졌을 테고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더 깊은 연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과거 사람의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다는 김우빈은 모델로 무대에 오르면서 지금처럼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을 워낙 잘 챙기는 그를, 이병헌은 “매니저 같았다”고 했다. 친구들도 많다. 모임에선 늘 리더 역이다.
“모델하는 친구들 네 다섯 명과 끈끈하다. ‘모이자’, ‘가자’, ‘하자’ 같은 말은 늘 내 몫이다. 만나면? 주로 술이지. 예전엔 롯데월드도 자주 갔다.”
가장 주목받는 스타인만큼 김우빈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여럿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을 묻자 그는 뜸을 들이더니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꺼냈다. 떡 벌어진 어깨가 매력적이어서 붙은 ‘어깨깡패’라는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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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김우빈은 더는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운동을 멈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이사하면서 일부러 1층을 얻었다.
“아예 집에 운동기구들을 들어놓았다. 이젠 마음껏 운동한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