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삼성전자 사회공헌센터 과장 28세때 찾아온 질병에 시력 잃어… 회사에 장애인 정보화교육 제안 IT 사용법 안내 콘텐츠 제작
시각장애 1급인 김병호 삼성전자 수원사회공헌센터 과장이 13일 정보 검색을 위해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이 전혀 보이지않는 시각장애인들은 손가락과 귀를 이용해 정보기술 기기를 이용한다. 삼성전자 제공
결국 31세가 되던 1997년 초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회사 복직을 선택했다. 그해 4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으로 복귀한 김 과장은 회사 측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화교육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빛조차 구별할 수 없는 전맹(全盲)인 자신을 복직시켜 준 회사에 수익성 없는 사회공헌사업까지 제안하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해 시각장애인정보화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측은 “김 과장이 휴직 중 시력을 잃었지만 복직하며 시각장애인 정보 교육이라는 좋은 제안을 했고 사업 추진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2011년 이 센터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점과 맞물려 컴퓨터뿐 아니라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교육하는 곳으로 확장됐다.
국내 삼성전자 직원 9만여 명 중 유일한 전맹 직원이 된 김 과장은 센터에 소속돼 시각장애인용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IT 기기 작동법을 육성으로 알려주는 작업이다. 2002년에는 시각장애인 온라인 교육 공간인 ‘삼성애니컴’ 사이트 개설에도 앞장섰다.
8200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수강 중인 삼성애니컴의 콘텐츠 담당자인 김 과장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시각장애인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제품 개발자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제는 커 가는 모습을 눈에 새길 수 없는 아들과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김 과장은 “정보 접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시력을 잃고서야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새로운 뉴스를 들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