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하> 콘텐츠 큰 그림 그려야
5·18유족회 등 5월 단체들이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점거농성은 15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건물 도색이나 엘리베이터 설치는 예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총탄 자국 등은 한 번 없어지면 영원히 복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9월 7일 민주평화교류원 건물인 옛 전남도청 별관 4층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센터를 열려고 하자 5월 단체는 ‘5·18 흔적 지우기’라며 반발했다. 5월 단체의 옛 전남도청 별관 점거는 15일로 100일을 맞는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총탄 자국 복원과 5·18 당시 상황실, 방송실의 엘리베이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총장은 “2007년 옛 전남도청 별관 보전 논의에 합의했으나 건물 리모델링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없었다”며 “옛 전남도청에 페인트가 칠해지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도색과 상황실 엘리베이터 설치는 지난해 이뤄졌다. 일부 예술인은 옛 전남도청 도색 등 예산은 문화전당 문화창조원의 예산이 축소돼 지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산 일부가 옛 전남도청 리모델링에 쓰여 콘텐츠 부실과 옛 전남도청 훼손을 불렀다는 것이다. 문화전당 측은 “증액된 민주평화교류원 예산은 건물 리모델링이 아닌 콘텐츠 제작 목적이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영철 전 문화전당 전시예술감독(59)은 “재직 당시 핵심 콘텐츠인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 분위기가 어느 순간 선회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전당 측은 옛 전남도청 리모델링은 2007년 마련된 종합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됐다고 반박했다.
지역 예술인 상당수는 옛 전남도청 역사의 흔적은 문화전당 핵심 콘텐츠라고 평가하지만 일부는 옛 전남도청 문제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예술 행정가는 “옛 전남도청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명소가 될 수 있다”며 “2007년 옛 전남도청 별관, 올해는 원형 복원 등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확실한 해답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등 문화전당 핵심 콘텐츠는 정권 등에 따른 단편적 그림이 아닌 시대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전당 5개원을 총괄하는 방향성 제시도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과 수도권 예술계가 문화전당의 발전을 위해 화합과 소통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