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예약’ 켠 택시기사 “어디 갑니까” “방화동” 대답하자 손사래 치며 가버려
13일 새벽 서울 종로2가 사거리 부근에서 승차 거부를 당한 승객과 택시 운전사가 실랑이를 벌이자 경찰이 나서 해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날 취재팀이 서울 종로 일대에서 서울 외곽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경기 불황으로 낮 동안 승객이 크게 줄자 운전사들은 부족한 하루 수입을 채우기 위해 자정 무렵 이 일대로 몰려들었고 돈이 되는 손님만 골라 태웠다. 취재팀이 겨우 잡아탄 택시의 운전사 김인수 씨(64)는 “낮에 열심히 돌아다녀도 20만 원을 못 버는데 야간에 손님 몇 명만 잘 태우면 쉽게 20만 원 넘게 번다. 이 때문에 운전사들이 밤늦은 시간이면 너도나도 종로에 와서 분당이나 광교, 일산 등 오가기 쉬운 장거리 승객만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앞부터 강남역 사거리 방향 900m 일직선 3, 4차로 도로는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로 주차장으로 변했다.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양영재 경사는 “불법 주정차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약 안내판을 켜고 있다가 5분마다 조금씩 움직이며 꼼수를 부리는 운전사들, 골목길 한쪽에서 시동을 끈 채로 주차하고 있다가 합승을 유도하는 운전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서울 신촌과 홍익대, 종로, 강남 일대에 승차 거부는 물론이고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신호위반과 과속을 일삼는 택시들이 부쩍 많아진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시간대 택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64명, 부상자는 3만9683명이다. 월별로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이 14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꼼수를 피우는 불법 택시 단속에 나선 이유다.
서울경찰청은 택시 운전사들이 과속과 신호위반 등을 일삼는 구간 47곳과 승차 거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31곳에 대해 단속을 강화한다. 김종보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장은 “보행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야간시간대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교통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승차 거부도 사고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불법 운행 택시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