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덮인 서울 중구의 한 흡연부스(왼쪽)와 지붕이 개방된 일본 도쿄의 흡연부스(오른쪽). 한국보다 앞서 길거리 흡연을 엄격히 제한한 일본은 이런 개방형 흡연부스를 전국적으로 1000여 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흡연부스 찾아가는 도쿄의 흡연자들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흡연부스와 차이가 있다. 우선 흡연부스의 지붕이 뻥 뚫린 개방형이었다. 한쪽 벽에는 근처 또 다른 흡연 가능 지역을 안내하는 지도가 걸려 있었다.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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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흡연부스가 급증한 계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도쿄에서 여자 어린이가 걸어가다가 흡연자의 담뱃불에 눈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길거리 흡연에 최대 2만 엔(약 2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흡연권 보장과 함께 담뱃값 인상, 청소년 담배 교육 강화 등의 금연정책이 성공을 거둬 20년째 흡연율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담배산업(JT)이 지난달 발표한 2015년 흡연인구비율 조사 결과 18.2%로 사상 최저였다.
○ 흡연부스 사용 꺼리는 서울의 흡연자들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흡연부스 앞. 천장은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부스 옆면은 70% 정도만 막혀 있고 나머지는 개방돼 있었다. 흡연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도 많았다. 흡연부스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박대현 씨(28)는 “흡연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며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근처에서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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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령 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는 “흡연부스가 혐오시설처럼 인식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흡연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공공디자인 요소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