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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던 교육부 ‘국정’ 밀어붙이나

입력 | 2016-12-02 03:00:00

이영 차관 “거부 밝힌 서울-광주-전남 교육감에 시정명령-특감” 경고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감들의 보이콧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중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울 광주 전남 교육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특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교과서를 개발하려는데 부실 교과서로 낙인찍기 위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내년 중학교 1학년에 역사 과목을 편성하지 않도록 교육감이 교장과 협의한 건 학교 현장이 국정화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처”라고 반박했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0일 내년 1학년 과정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서울 소재 중학교 19곳의 교장을 불러 역사 과목 편성을 2학년 이후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해 학교의 선택권을 침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등 일각에선 “국정 교과서는 균형 있게 서술됐다”라며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과서의 쟁점이 뜨거운 부분과 향후 현장 적용 방안을 짚어 봤다.

○ 거세지는 ‘박정희, 이승만’ 논란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은 좌편향됐던 북한 관련 서술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 교과서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건의 북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북한의 군사 도발들을 서술했다. 검정 교과서보다 북한의 토지개혁의 한계와 인권 문제 등도 균형적으로 접근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원문 그대로 싣지 않고 어떻게 악용됐는지도 풀어 썼다. 이를 놓고 “북한 문제를 축소 서술한 검정 교과서와 달리 실상을 명확히 썼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만 늘리고 과오를 축소했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희 군부 쿠데타 세력이 명분을 내세운 ‘혁명 공약’을 원문 그대로 실은 게 대표적인 사례. 이에 국사편찬위원회는 “혁명 공약 자료를 통해 5·16 군사정변이 민주적 헌정 질서를 중단시킨 부당한 권력 장악이었음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해명했다.

 이승만 정부의 과오를 줄였다는 비판도 있다. 국정 교과서가 “이승만 정부 또한 반민 특위 활동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공산화 위협에 대처해야 할 시급성 등을 들어 반공 경험이 풍부한 경찰을 잡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라고 서술해 책임을 희석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편은 “반민 특위의 한계를 분명히 서술했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로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된 점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말한다.

 국정 교과서가 전반적으로 디자인과 편집이 깔끔하고 시각 자료가 많아진 것은 좋은 평가가 많은 편이다. 반면 크게 볼 때 내용별로 흐름이 뚝뚝 끊기고, 분량을 20% 정도 줄이다 보니 학생들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 1년 유예하거나 강행하거나

 국정 교과서가 예정대로 내년에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되는 ‘2016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 절차를 거친다 해도 같은 학년에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할 수 없어서다. 국정 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건데, 검정 교과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까지 사용된 걸 써야 한다.

 이 경우 학생들은 서로 다른 내용을 배운다. 한 예로 검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썼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영역인 한국사에서 어떤 걸 정답으로 할 건지 문제가 생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검정 혼용은 전례도 없고 교육과정이 달라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적용 시점을 1년 늦추는 건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를 수정하면 된다. 원래 중1과 고1의 2015 교육과정은 2018년 3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고시하며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만 2017년 3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이걸 수정하면 교육부는 1년의 시간을 벌게 된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 선거 등 변수가 많아 사실상 국정 교과서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부담이 된다.

 반대를 무릅쓰고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사용을 강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 차관의 발언은 교육부가 일부 교육감 때문에 국정 교과서 시행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정 교과서에 찬성하는 의견이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전국 1653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법인 이사장 모임인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뿐 아니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도 최근 “정부는 좋은 교과서를 완성해 달라”라고 했다. 대부분 1학년 때 한국사를 배우는 고교는 교육부 방침을 반대하기 어렵다.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내년 고1이 보게되는 2020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 출제 범위는 현 검정 8종에서 국정 교과서로 바뀌게 된다.

 한편 국편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 국정 교과서 집필진 중 5명의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