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박근혜 관련 논문-헌법 열공
박근혜 관련 논문 검색 수가 배로 뛰는가 하면 헌법이나 역사 관련 서적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온라인에는 외신에 보도된 주요 표현을 갈무리한 글과 함께 “‘박순실(박근혜+최순실)’ 덕에 공부를 다 하게 되는구나”란 조롱 섞인 반응을 올리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28일 현재 온라인상엔 ‘박근혜 최순실 사건 핵심 요약정리’ ‘최순실 사태, 요약 완벽정리’ 등의 제목을 단 글들이 수백 건 게시돼 있다. 현 상황을 패러디한 각종 풍자 게시물 사이에 ‘사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묻는 글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에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사건의 배경이나 관련 인물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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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를 읽어내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들도 판매가 급증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탄핵, 국민주권 등의 개념이 재조명되면서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등)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등 헌법과 국가관, 역사 관련 도서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블로그나 트위터에도 ‘최순실 사태로 역사카페에 가입을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안 한 역사 공부를 이제 한다’ ‘박근혜-최순실 마피아 집단 때문에 느닷없이 역사 공부 중이다’란 누리꾼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연일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는 외신을 영어 공부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준비 중인 백모 씨(24·여)는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의 영어 표현을 정리한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두룩하다”며 “공부가 되긴 하지만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어회화 학원에서 최 씨의 검찰 출석을 소개하는 해외 뉴스를 봤다는 한 블로거는 “최 씨가 말한 ‘죽을죄’를 영어로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했는데 말 그대로 ‘deadly sin’이라고 하더라”며 “배우는 내내 씁쓸하더라”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의 어떤 이념과 가치를 훼손했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며 “무작정 분노하기보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뒤 합리적, 이성적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