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녀 블로킹 1위 ‘수원 남매’ 한전 윤봉우-현대건설 양효진
“우리가 넘버1” 올 시즌 프로배구 남녀부 블로킹 개인 선두인 현대건설 양효진(오른쪽)과 한국전력 윤봉우가 23일 두 팀의 안방인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현대건설의 훈련이 끝나고 한국전력의 훈련을 위해 네트 높이를 조정하던 도중 틈을 내 두 선수가 함께 네트 앞에 섰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수원 블로킹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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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공통분모는 비단 연고지뿐만이 아니다. 팀에서 주전 센터를 맡고 있는 두 선수는 현재 남녀부에서 각각 블로킹 개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이 세트당 0.857개, 윤봉우가 0.74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고 있다.
센터의 상징과도 같은 블로킹에서 개인 기록 선두라는 건 두 선수 모두에게 큰 영예다. 윤봉우는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토대로 공격 득점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블로킹은 온전히 선수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격보다 블로킹을 성공했을 때 쾌감이 훨씬 커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도 더 크게 나온다”고 말했다. 데뷔 세 번째 시즌(2009∼2010)부터 블로킹 타이틀을 독식해온 양효진 또한 “블로킹은 나에게 배구선수로서의 이유와 같다. ‘양효진=블로킹’ 등식이 성립하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블로킹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자기 점검’을 꼽은 양효진은 “높이, 타이밍, 네트와의 거리, 심지어 손 모양까지 신경 써야 한다. 경기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블로킹에서 뭐가 잘되고 잘되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봉우는 “확률적으로 모든 공을 블로킹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동료들의 수비를 믿고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효진이가 센터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 거라면 저는 팀 차원의 역할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윤봉우의 말에 양효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 연봉 퀸과 이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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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무대에서 못 뛰면 실업팀이라도 가겠다”며 각오를 다진 윤봉우와 한국전력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전력은 2라운드 들어 5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에 있다. 윤봉우는 “(방)신봉이 형에 저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누가 더 멋진 세리머니를 하는지 경쟁을 벌일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팀을 옮긴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흔들리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는 게 대단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지난 시즌 여자부 챔피언이었던 현대건설은 현재 주전들의 컨디션 난조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양효진 또한 올림픽 출전 등으로 피로가 누적되면서 현재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양효진이 “시즌 초반부터 너무 처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하루빨리 반환점을 찾아야 한다”며 걱정을 드러내자, 윤봉우는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들의 경기감각이나 자신감은 무시할 수 없더라. 장기 레이스인 만큼 길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 프로 생활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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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외에 인생 고민을 묻자 두 선수는 이내 서로를 쳐다보고는 불쑥 웃었다.
두 사람은 “배구가 잘되면 모든 걱정이 다 풀린다. 배구를 빼면 고민이 없다”고 입을 모은 뒤 코트로 돌아갔다.
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