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올눌제는 정력제로 잘 알려진 해구신, 물개의 성기다. 한방약물학인 본초강목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해구신은 신라국 바다에 사는 개의 성기다. 그것이 배꼽에 부착된 채로 채취되기 때문에 올눌제라고 한다.’ 세종실록에도 강원도에서 나는 약물로 해구신이 기록된 것을 보면 강원도 앞바다에 물개가 많이 살았을 것이다.
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해구신 이야기가 나온다. 성종 13년에는 일본 사신에게 토산물로 선물했고 광해군 7년에는 요동에서 명나라 사신이 왔는데 물개의 배꼽을 구한다는 서신을 가지고 왔다. 광해군은 “이들이 구하는 물개의 배꼽을 진짜로 잘 가려서 보내주고, 나중에 이들이 검열해서 다시 보내는 폐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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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이후 역사적 기록에서 해구신의 언급은 사라졌다. 아마 물개가 심하게 남획돼 멸종된 것은 아닐까. 흥미로운 점은 왕실 여성의 출산력이 인조 이후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태종 세종 성종 중종 선조와 같은 왕들은 자녀가 20∼29명에 이르렀으나 인조 이후에는 4∼14명으로 줄었다. 억측이지만 해구신이 자취를 감춘 것과 왕실의 낮은 출산력이 묘하게 겹친다.
가끔 해구신을 가져와 진위를 구별해 달라는 환자들이 있다. 대부분이 사슴 생식기나 소의 힘줄을 급조해 만든 가짜다. 옛날에도 가짜는 많이 성행한 듯하다. 본초강목엔 ‘수오룡이라는 짐승을 포획해 유통한다’고 지적했다. 진짜를 구별하는 방법은 약물의 본질에 대한 설명에 담겨 있다. ‘한겨울 가장 찬 물속에 담가도 얼지 않아야 진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구신의 본성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이다. 중약대사전에는 ‘물개의 기름을 짜서 동상 걸린 부위에 바르면 금방 나을 만큼 찬 기운을 잘 이긴다’고 설명한다. 현대인이 말하는 스태미나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양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구신의 약효 또한 그럴듯하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