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급격한 승용차 증가와 한정된 도로시설로 우리 국민은 극심한 교통 혼잡이라는 고통을 경험했다. 반면 철도는 점차 더 빠르게 진화했고, 마침내 2004년 KTX의 출발로 고속철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국 1일 생활권이 되었다. 고속철의 등장은 지역 간에 활발한 교류를 만들어 지역 균등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겪었지만 버스, 항공, 해운 교통수단과 달리 철도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운영해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서비스 산업은 경쟁을 하지 않고 독점운영 체제가 되면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독점운영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코레일은 매년 평균 6000억 원의 경영적자를 내고 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등장했다. 다음 달 개통하는 SRT는 서울 강남권 및 경기 동남권의 새로운 전국 교통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SRT와 코레일의 공존 및 경쟁으로 국민이 원하는 철도로 거듭날 수 있다. 벌써 코레일은 마일리지 재도입, 요금 인하, 서울역과 용산역 교차 출발 등 국민이 원하는 철도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질 높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국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공급자 위주의 고속철도 운영은 사용자 위주로 전환될 것이다.
고속철도의 새로운 경쟁체제는 국내 철도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SRT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원하는 철도에서 국민이 원하는 철도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