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정유라가 면접관 앞에 금메달을 내놓으며 면접을 치렀다는 내용을 듣고 나니 그 이듬해에 다윤이가 원서를 내본들 제대로 평가받았을지 의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평범한 아버지를 뒀으니…
모든 대학과 학과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학부모가 비슷한 의심과 걱정을 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교육부가 입이 닳도록 주장하는 것처럼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꿈을 키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이런 수시 전형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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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감사 결과를 보면 모든 게 대학의 잘못이었을 뿐 교육부에는 터럭만큼의 잘못이나 책임도 없다. 대학에 입학 취소를 요구한다는 게 핵심 대책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정유라 부정입학은 체육특기자나 특정 대학의 문제로 한정할 사안이 아니다. 주관적 판단이 당락을 좌우할 전형이 현행 입시제도의 근간인 탓이다. 교사들 반발이 두려워 교원평가제를 하지 못할 요량이면 공교육을 통한 꿈 키우기 같은 허황된 미사여구는 이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6번씩이나 수시에 지원할 수 있다 보니 경쟁률이 치솟는데 각 대학이 그 많은 지원자의 이력을 꼼꼼히 평가하고 공정하게 면접 점수를 매기는지 학부모라면 누구나 불신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와 학생이 믿을 수 있는 장치라도 만들고 나서 꿈을 말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정유라의 꿈만 키우는 제도가 되지 않겠나.
대통령은 ‘7시간 논란’이 엉터리라며 그날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을 깨알같이 공개했지만 순서부터 잘못됐다. 꿈이 담긴 대입원서조차 내보지 못한 다윤이와 세월호 다른 희생자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보살필 때처럼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챙겼더라도 이런 참담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싶다. ‘금메달 면접’은 상상도 못하고 그저 세상을 믿었다가 아직 부모에게 돌아오지도 못한 단원고 실종자 학생 4명이 뭐라고 할지 참담하고, 미안하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