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당도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야 3당 주도로 박 대통령 탄핵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을 뿐 탄핵 시기 등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제1 야당이 탄핵 발의를 질질 끌면 끌수록 국가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뿐이다.
검찰이 20일 밝힌 박 대통령의 혐의는 헌법이 정한 탄핵 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제65조 1항)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최순실 일당에게 넘겨 사유화(私有化)시켰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을 사실상 주도했다. 검찰은 “대통령 혐의는 99% 입증이 가능한 것만 포함시켰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합법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탄핵 절차 돌입엔 소극적이었다. 탄핵 성사가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는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다. 당장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의결할 정족수(200명)를 채우려면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외에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동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동조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족수를 채우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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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촛불 정국을 계속 끌고가고 싶은 것도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망설인 이유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26일의 촛불집회까지 지켜본 뒤 탄핵 추진에 나서겠다면 나라와 국민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혼란을 부추기고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4·19 때처럼 혁명적 상황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농단한 국정을 헌법 절차에 따라 복원하는 일에 머뭇거려선 안 된다. 야당은 신속하게 탄핵 발의를 해 조기에 헌재의 심판이 내려지도록 여당과 여론을 설득하는 데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