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대통령]최순실 등 공소장으로 본 공모 혐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이 공무상 비밀누설을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점이 검찰 수사 결과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검사장)는 “(대통령은) 공모 관계로 형법 30조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함께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의미다.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共謀)하여’라는 표현이 9번 들어갔다.
○ 재단 이름부터 모금까지 박 대통령이 손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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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국정기조 중 하나로 정했다. 그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회원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같은 달 20일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7개 그룹 회장들에게 대통령이 단독으로 면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같은 달 24, 25일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SK이노베이션, 삼성그룹, LG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화·체육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데 적극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후 최 씨에게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했다. 최 씨가 국정 농단을 주도했다는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오히려 직접 나서 최 씨가 일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르재단이란 명칭과 인사 구성도 박 대통령이 일일이 챙겼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등의 지시를 했다. 미르재단 명칭은 박 대통령이 지시하기 약 한 달 전 최 씨가 처음 지었다. 인사 구성과 사무실 위치까지 직접 정했다. K스포츠재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박 대통령 “롯데에 70억”… KT 상무 인사에도 관여
검찰 수사에 따라 제3자 뇌물수수 공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롯데그룹의 70억 원 추가 출연금 부분도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하남의 대한체육회 부지에 대형 체육시설을 짓는 데 도와 달라’며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 원 출연을 롯데그룹에 강요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올 3월 10일 안 전 수석에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3월 14일 단독 면담을 준비하라 해 독대 자리가 마련됐고 이후 롯데 측이 자금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그 진행 상황을 챙겨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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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비서관에게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죄 역시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 씨에게 이메일 등으로 전달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