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직접 받아보니
4일 기자는 국내 벤처기업으로부터 한 장의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타고난 본인의 ‘체질’을 알아볼 수 있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국내에도 상용화됐다. 신형두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사진)는 국내 최초로 유전자 진단기술 ‘에스엔피케어’를 개발하고 자신이 창업한 벤처기업 ‘에스엔피제네틱스’를 통해 최근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유전자는 99.9% 동일하지만 0.1%의 차이로 키, 피부색 등 다양한 체질이 결정된다. 유전자 검사는 결국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고 하는 이 0.1%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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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면봉으로 입 안쪽 구강점막을 10초가량 긁어 전용용기에 담아 회사로 보내면 된다. 회사에서는 침과 구강세포 속 DNA를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기를 통해 증폭한 뒤 해독한다.
신 교수팀은 샘플을 보낸 지 3일 만에 기자의 BMI가 높아질 위험이 크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BMI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주로 세 종류를 검사하는데, 기자는 지방 저장을 촉진하는 FTO 유전자,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선호하게 만드는 MC4R 유전자, 배가 부르다는 신호가 뇌에 잘 전달되지 않게 하는 BDNF 유전자가 모두 있어 비만 위험이 80%가 넘었다.
국내에서는 에스엔피제네틱스가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침 몇 방울로 2000개 이상의 질환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여러 회사에서 시행 중이다. 구글이 투자한 미국의 벤처회사 ‘23앤드미(23andME)’, 패스웨이게노믹스, GTL 등이 대표적인 유전 정보 회사다.
유전자 체질은 보통 40, 50대가 돼야 올바르게 발현된다. 40대 이후 유전자 검사를 받았을 경우 건강검진 결과와 유사한 예측이 나올 확률이 높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에 참여한 직장인 A 씨(37)는 유전자 진단상 혈당이 낮은 체질로 나타났지만 잦은 술자리 탓에 실제로는 혈당이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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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일반 기업에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항목들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50 대 50인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이 아닌 만큼, 환경요인을 잘 조절해 질병을 회피하자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