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 이후]추미애, 朴대통령과 회담 철회 오락가락한 제1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격 양자회담을 제안해 청와대와 합의를 해놓고 당내 반발에 못 이겨 취소하면서 ‘최순실 정국’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반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13시간 50분 만인 오후 8시 20분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8·27 전당대회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발표했다가 당 안팎 반대 여론에 취소한 이래 두 번째 흠집이 난 셈이다.
○ “대표 마음대로?” 거센 반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추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민주당은 당초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회담이 예정된 15일 의총을 열기로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날 오후 4시로 의총을 앞당겼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는 건 촛불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오제세 의원은 “5000만 모두가 아니라는 대통령을 우리가 왜 만나냐. 우리는 공당인데 (이렇게 대표 마음대로 결정하면) 박 대통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영수회담을 해 성과가 없으면 19일 촛불집회에서 민주당은 돌팔매를 맞을 거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7시경 의총을 잠시 정회하고 최고위를 열어 추 대표는 양자회담 철회를 밝혔다. 이날 의총 도중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들이 추 대표를 압박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秋, 정국 주도권 노렸지만…
이에 앞서 추 대표의 14일 회담 제안은 당 지도부나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추 대표는 전날 밤 결정하고 당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알렸다고 한다. 이어 14일 오전 6시 반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양자회담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상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동안 정국 수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공을 들여왔던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회담 철회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언제든지 영수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당장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야당을 논의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추가 대국민 메시지 발표 정도다. 시기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가 유력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위가 완전히 실추됐다며 지도부 사퇴 논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내 리더십이 손상됐다. 당에 피해가 올 수도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