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태풍] 국내 ‘트럼프 네트워크‘는 빈약
1998년 6월 5일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트럼프사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우조선 관계자는 “당시 트럼프 회장은 대형 요트 1척을 발주하겠다고 깜짝 발언을 했지만 실제 발주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정부는 미 대선 기간에도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담당 인사가 베일에 가려졌던 만큼 공화당 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접촉을 해왔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은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일행을 청와대에서 접견했고, 지난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하스 회장 일행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오찬간담회를, 퓰너 전 이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따로 만나 환담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역시 헤리티지재단과 돈독한 관계이며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5월 댄 설리번 미 상원의원 일행을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공화당 인맥을 쌓아 왔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정관계보다 국내 건설업계와 인연이 깊다. 대우건설은 1997년 트럼프 측과 함께 미국 뉴욕 맨해튼에 ‘트럼프월드타워’를 지었다. 트럼프타워는 세계 최고층 주거용 건물이라는 상징성과 센트럴파크 초입에 위치한 입지조건 때문에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를 계기로 대우건설은 국내에도 ‘트럼프월드’라는 주상복합 아파트 7곳을 지었고 트럼프는 1998, 1999년 두 차례 방한했다. 당시 트럼프월드는 아파트 한 층을 스포츠센터, 수영장, 연회장 등 주민 편의시설로 꾸미고 1층에 호텔형 로비를 마련하는 ‘트럼프식 주거 서비스’가 도입돼 화제가 됐다. 대우건설은 2013년까지 트럼프의 회사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비즈니스 독점권을 가진 회사였고, 현재도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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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기업은 트럼프 측에 ‘카지노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했지만 “내국인의 출입이 금지된 한국에서는 카지노 사업 전망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조숭호 shcho@donga.com·구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