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규 채널A 사회부 차장
법전까지 찾아 확인해 봐도 피의자와 피고발인의 차이는 없다. 두 경우 모두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자’로 해석된다. 다만, 검찰은 2012년 11월 피고소인과 피고발인이라고 모두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받진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굳이 ‘피고발인’ 신분을 강조한 걸 대입해 보면, ‘무고한’ 우 전 수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검찰이 우 전 수석 사건의 결말을 어떻게 정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피의자’라고 강조했던,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이 ‘소환→긴급체포→구속수감’의 과정을 거친 것과도 대비된다. 검찰 스스로 검찰 출신 정권 실세에게 전관예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반박 직후 검찰의 목소리 톤도 달라졌다. 다음 날 오전, “우 전 수석을 일요일 오전 10시에 소환한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의 바람대로 공휴일 소환을 허용한 것이다. 더구나 “공개 소환이 공식적으로 조율된 것은 아니다”며 어정쩡한 태도까지 보였다.
6일 소환 당일 아침에는 더 가관이었다. 검찰 관계자가 “통상의 방법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 측이 별도로 비공개 소환 요청을 한 바는 없다”고 공지했다. 갖가지 혐의와 의혹을 따져 물어야 할 검찰이 그의 대변인 노릇을 한 셈이다.
그나마 그의 바람대로 ‘공휴일 소환’을 내어주는 대신 포토라인 앞에 세우는 ‘공개 소환’을 건진 게 검찰의 유일한 소득이다. 그 덕분에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노려보는 우 전 수석의 레이저 눈빛을 온 국민이 함께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어차피 ‘피고발인’ 신분으로 형사처벌 가능성도 미지수인 마당에 그를 확실히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히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밤중 부장검사실에 찾아와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피고발인’ 우 전 수석을 앞에 두고 수사 검사와 수사관이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 채 깍듯이 서 있는 사진이 보도되며 이마저도 상쇄됐다.
검찰은 아직도 그를 법무·검찰을 총괄하는 실세 수석으로 대하는 듯하다. ‘황제 소환’ ‘특혜 소환’이라는 비난 여론이 터져 나오자 김수남 검찰총장은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그가 만일 재소환된다면, 검찰이 소환 일정과 방식을 어떻게 조율할지 두고 볼 일이다. 비상한 두뇌, 처가의 수천억 원대 재력까지 겸비한 우 전 수석은 검찰, 청와대라는 두 친정을 욕보이지 않도록 특권 의식에서 헤어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