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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 한없이 반복된 몸짓의 흔적

입력 | 2016-11-04 03:00:00

김기린 화백 개인전




김기린의 유채화 ‘Untitled’(1967년). 갤러리현대 제공

 

김기린 화백(80)의 1960년대 이후 대표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김 화백은 안료로 유채 물감만을 사용하는데 신문지로 물감의 기름기를 한 번 걸러내고 쓴다. 그래서인지 그가 완성한 캔버스 위 붓 터치는 흐름이나 번짐의 기색 없이 되게 지은 밥알처럼 맺혀 굳은 듯 보인다.

 1970년대 그린 연작의 표제 ‘visible, invisible’은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1908∼1961)의 유작 저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1964년)에서 차용했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inside, outside’ 시리즈에서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으로부터 받은 영향의 흔적을 드러낸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몸’을 모든 인식과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지문 크기의 단색 붓 터치를 무수히 줄 세워 커다란 캔버스를 모눈종이 격자처럼 분할한 그의 그림은 ‘몸의 감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는 것이 진리의 실재’라는 메를로퐁티의 주장에 닿아 있다. 한없이 반복된 육체 행위의 흔적이 캔버스 하나하나를 격자로 삼은 듯 반복돼 전시실에 도열해 있다. 02-2287-35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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