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신카이 감독은 과거 애니메이션을 발표할 때 동명의 책을 출판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봉 직전 같은 제목의 책(사진)을 펴냈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덕분에 책 역시 100만 권 이상 팔리며 대박이 났다.
책의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거의 같다.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다키는 어느 날 갑자기 기후(岐阜) 현 이토모리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쓰하와 수시로 몸이 바뀌게 된다.
이 작품은 1200년 만에 찾아오는 혜성을 재앙으로 설정했지만 작품을 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된다. 하늘이 무너지느냐 땅이 꺼지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예상치 못한 재앙이 평화롭게 살던 이들을 덮친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신카이 감독은 “대지진 때 내가 했던 기도와 바람이 이뤄지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기록적인 흥행도 이 작품이 5년 전 대재해의 ‘진혼곡’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스비(結び)’다. 신사의 무녀(巫女)인 미쓰하의 할머니가 강조하는 이 단어는 이어짐, 매듭 등을 뜻하는데 미쓰하의 머리끈, 혜성의 꼬리, 시간의 흐름 등으로 작품 속에서 계속 변주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져 있다는 작품의 주제에 닿는다.
책과 영화의 차이도 있다. 내용은 책이 더 자세하다. 머리끈의 숨겨진 의미, 미쓰하가 도쿄에 다녀온 뒤 머리를 자른 이유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다만 책의 결정적인 약점은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신카이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고 책만 읽으면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신카이 감독 자신은 영화와 책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밝혔다. 또 책 후기에서 “소중한 사람이나 장소를 잃고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 아직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언젠가 반드시 만나리라 믿고 손을 내미는 이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과 별개로 절실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