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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유족, 최대 9억 위자료 받을길 열려

입력 | 2016-10-25 03:00:00

대법, 불법행위 위자료 산정안 확정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기업의 고의적인 불법 행위로 사람이 숨지는 중대한 피해를 보면 9억 원 이상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비행기 추락이나 건물 붕괴와 같은 대형 재난 때는 6억 원, 교통사고 시 3억 원 이상으로 배상받을 길도 열렸다. 위자료는 불법 행위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별개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배상금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20일 전국 법원의 법관 44명이 참여한 ‘사법 발전을 위한 법관 세미나’에서 불법 행위 유형별로 이 같은 위자료 산정 방안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기존의 위자료 인정액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인식에 따라 법원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위자료 적정선을 단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미나에서 법관들이 나눈 불법 행위 유형은 크게 △영리적 불법 행위 △대형 재난 △교통사고 △명예훼손 등 4가지로, 새 위자료는 3단계에 걸쳐 산정된다. 유형별로 위자료 기준액수가 있고 법원이 정한 특별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기준 금액의 2배로 늘리는 식이다. 재판 중 참작해야 할 가중·감경 사유가 있다면 기준액의 특별가중액의 50%를 증액 또는 감액하게 된다.

 새 기준에 따라 법원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조·유통·판매·공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나 일반인을 사망하게 했다면 기본적인 위자료만 3억 원을 물릴 수 있다. 여기에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수단을 사용한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 가능성이 있거나 소비자가 상당한 신뢰를 했던 경우에는 특별가중인자로 고려돼 사망 시 6억 원이 위자료로 책정될 수 있다. 재판부에서 특별한 사정이 추가로 확인되면 6억 원의 50%를 증액한 9억 원 이상도 지급을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명예훼손 사건도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재발에 대한 억제 및 예방의 필요성을 고려해 세분된 위자료 책정안이 나왔다. 특히 명예훼손으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박탈되거나 현저하게 저하된 경우, 브랜드 가치와 신용이 심각하게 떨어져 사업자가 기존 영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는 중대 피해로 간주해서 이런 사유가 중첩되면 가해자가 3억 원 이상의 위자료를 물게 될 수 있다.

 항공기 추락이나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 사고는 고의적 범죄로 인한 사고이거나 부실 설계나 시공·제작, 관리·감독에 중대한 주의 의무나 안전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관리·감독기관이 운영·시공업체 등과 결탁한 경우 사망한 사람에게는 법원이 6억 원의 위자료를 책정할 수 있다.

 그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법원이 위자료 상한 1억 원을 근거로 정해 왔지만 이번 새 기준에 따라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등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면 2억 원을 가중된 기준 금액으로 적용하고, 특별한 사유가 더 발견되면 3억 원 이상도 가능하도록 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당장 적용할 수 있으나 교통사고는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