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정우.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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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할 수 있다. 매일 같이 승리의 기로에 서는 마무리투수들은 좀더 많이 이런 상황을 겪곤 한다. 성공의 희열보다 더 큰 실패의 무게감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LG 우완 임정우(25)는 풀타임 마무리 첫 해인 올 시즌 28세이브(3승8패 방어율 3.82)로 구원 2위에 올랐다. 28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남긴 실패는 5차례(블론세이브), 20대 중반의 나이에 팀의 운명을 쥔 마무리로 뛰면서 몸도 마음도 성숙해지고 있었다.
소방수를 맡는 첫 가을야구,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왔다. KIA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선 0-0 살얼음판 승부에서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구원승을 올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3차전과 4차전에서 각각 1이닝 무실점, 0.2이닝 무실점하며 연거푸 세이브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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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1, 3루에서 NC 지석훈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LG 마무리 임정우가 교체되고 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임정우에겐 다른 마무리투수같은 150㎞에 이르는 강속구가 없다. 언제나 당찬 그에게도 고민은 고민이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급’이라 평가받는 그의 위닝샷, 커브가 탄생했다. 변화구, 그것도 커브를 결정구를 구사하는 그의 등장은 강속구 일색인 KBO리그 마무리투수 판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임정우는 커브에 대한 칭찬을 하면 “난 150㎞를 계속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직구만으로 안 되기 때문에 나만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 그는 고교 때부터 커브를 구사했지만 당시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많이 쓰지 않았다. 그런 커브가 그를 살아남게 만든 구종이 된 것이다.
그러나 PO 1차전 실패처럼 여전히 그에겐 스피드가 고민이다. 임정우는 “소사가 나가는 날 안 풀릴 때가 좀 있었다. 아무래도 내 스피드 때문인 것 같다. 상대 타자들이 소사의 강속구가 눈에 익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패배의 아픔은 훌훌 털고 “아직 경기가 남았다”며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성숙’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가을의 실패가 임정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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