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18> 대형차량 폭주를 막자 기본 지켜 사고 줄인 ‘용남고속’
《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 관광버스 참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속이었다. 당시 사고 버스는 제한속도가 시속 80km인 공사구간을 약 106km로 달렸다. 대형 차량의 경우 과속으로 인한 치사율이 일반 차량의 17배에 달한다. 최첨단 안전장치를 달아도 과속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현장의 운전사와 전문가들은 ‘안전속도 준수’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도로 위 참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13일 용남고속의 노선버스 운전사가 경기 수원시 권선구 본사 차고지에서 견습사원에게 운행 전에 운전 시 안전 유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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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운전 비결은 끊임없는 교육과 보상
“올 8월 오토바이 운전자가 버스에 치여 사망한 곳입니다. 좌회전 구간이 좁은 편이니 특별히 속도에 신경 쓰세요.”
13일 차고지에서 출발한 51번 시내버스에서 운전사 이만기 씨(55)는 지하차도 삼거리를 지나며 이같이 말했다. 함께 탄 견습사원은 꼼꼼히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이 씨는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속도를 더 줄인 채 오가는 차량들을 확인했다. 8년 동안 이 노선을 운행 중인 이 씨는 “최근 대형 버스 사고를 보면서 과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달았다”며 “안전운전 습관은 지속적인 교육과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남고속은 7일간의 신입교육 이후에도 매년 2∼4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한다. 특히 안전운전을 실천한 운전사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해주는 걸로 유명하다. 매달 회사 내 모든 차량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이 공개되고 실적이 가장 좋은 운전사는 포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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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교통사고 감소와 회사 운영비 절감으로 돌아왔다. 보험료율이 크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운전사의 난폭 운전도 감소했다. 경제 운전 덕분에 기존 연평균 220억 원가량이던 유류비가 5∼15%, 최대 20억 원을 줄였다. 과거 39억 원가량이던 노후 부품 교체비용도 해마다 10∼20%(약 4억 원)씩 줄였다.
○ “과속해도 5분 빠를 뿐”
용남고속 버스 운전사 장기용 씨(60)는 20년간 무사고 운전을 달성한 공로로 올해 말 회사에서 보내주는 유럽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용남고속에서 유럽여행 포상은 장 씨가 처음이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천안, 온양 등을 지나는 시외버스를 운전하는 장 씨의 안전운전 노하우에는 화려한 기교란 없었다.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
잠실대교에서 강변북로를 지나 제한속도(시속 110km) 구간인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하지만 장 씨는 좀처럼 시속 90km 이상 속도를 내지 않았다. “20년 넘게 운전하면서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과속하지 않는 겁니다. 과속이 모든 사고 발생의 근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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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안=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