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 광역버스 타보니
17일 경기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한 광역버스의 뒷문이 폐쇄돼 있다. 2014년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입석이 금지된 뒤 좌석을 늘리기 위해 뒷문을 없앤 것이다. 비상시 탈출구로 이용할 수 있지만 방법이 복잡한 데다 안내조차 없어 대부분의 승객이 이를 모르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뒷문의 절반가량은 두꺼운 철판으로 덮여 있었다. 2년여 전까지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이용하던 문이다. 뒷문 유리에는 비상시 탈출 요령이 적혀 있었다. 좌석 밑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의자를 뒤로 밀치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림과 설명만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고가 났을 때 탈출을 안내해야 할 버스 운전사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뒷문 개방법을 묻는 질문에 “교육 때 듣기는 했는데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라는 버스 운전사의 답변이 돌아왔다.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참사는 비상구 없는 버스와 운전사의 안내 소홀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수도권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도 마찬가지다. 이 사고 후 매일 출퇴근할 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 생활 10년째인 몽골 출신 유학생 앨백바야르 씨(38)는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과 성남을 오간다. 앨백바야르 씨는 “꽉 막힌 뒷문을 보면 위험 상황이 상상이 돼 아찔하다”며 “혹시나 탈출하기 힘들 것 같아 버스 탈 때 가급적 맨 앞에 앉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고양 성남 용인시 등 경기지역에서 오가는 상당수 광역버스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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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조치를 다 갖춰도 적극적인 안내가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에서 스티커 1, 2개를 붙여 놓거나 자동 방송으로 안내하는 게 고작이다. 운전사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비상용 망치와 뒷문 탈출 방식, 안전띠 착용을 설명하는 버스는 거의 없었다.
경기 지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약 54만 명.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울산 관광버스 참사가 수도권 고속도로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뒷문을 막아 놓은 건 비상문을 걸어 잠근 것과 마찬가지”라며 “광역버스 안전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