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키드’인 한국의 중장년 세대에게 ‘태국’ 하면 떠오르는 이 영화를 정작 태국에서는 볼 수가 없다. 뮤지컬도 금지다. 왕실을 과장되고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이유다. 동양을 이국적이고 후진적인 사회로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선, 즉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다분하긴 하다. 왕의 실제 모델인 라마 4세가 13일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증조부였다.
▷1946년 즉위한 푸미폰 왕의 연애 스토리도 영화처럼 낭만적이다. 스위스 유학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는데 당시 자신을 극진히 간호했던 소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것이다. 세계 최장수 재위기록을 가졌던 그는 군부 쿠데타 반복 등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절대적 경애의 대상이었던 왕의 죽음 앞에서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겼다. 정부가 1년간 애도 기간을 선포한 데 이어 한 달 뒤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홈경기 장소까지 바꿔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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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