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발목을 비틀려’ 미르재단에 거액을 내야 했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작년 11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포스코에서 30억 원을 내겠다고 한다. … (정부가)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한 회의록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미르재단은 지난달 20일 더민주당 조응천 위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기업들이 800억 원의 거금을 출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 씨가 개입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곳이다. 지난달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며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려줬을 뿐 사전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사외이사이자 문예위원인 박 회장이 미르재단 기금 출연에 관해 “(이사회의) 추인만 원하는 것이지 부결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 하고 왔다”고 밝힌 사실이 문예위 회의록에서 드러난 것이다.
재정경제부 1차관과 대통령경제수석,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지낸 비중 있는 인사가 공적인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여당 일각의 주장대로 ‘실체 없는 의혹’으로 치부할 순 없다. 실제로 더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해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6일 이사회 의결만으로 미르재단 30억 원 출연을 결정해 재정 및 운영 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한 이사회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대 첫 국감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책임 있는 당국자가 재단 설립과 기금 출연 경위를 정직하게 밝히고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측근 비리’ 의혹이 국감은 물론이고 국정까지 발목 잡게 만들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