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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광장’ 최인훈, 60년만에 서울대 법대 명예졸업장

입력 | 2016-10-06 03:00:00

휴학계 없이 학업중단 ‘중퇴’ 처리
평소 崔씨 “월남 부모 기대 부응못해”
“한국문학사 큰 족적” 후학들이 제안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씨(왼쪽)와 ‘광장’ 초판본.

 남북 분단 문제를 통해 1960년대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씨(80)가 서울대 법대에서 제적된 지 6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최 씨는 1950년 월남해 2년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6학기만 마친 상태에서 1956년 휴학계를 내지 않은 채 다음 학기를 등록하지 않았다.

 학업에 전념하기에는 캠퍼스 안팎에서 느낀 분단 한국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듬해 육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장교로 복무한 그는 결국 복학하지 못했고, 서울대는 최 씨를 자동 제적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이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25년간 강단에 섰지만, 정작 자신은 대학 졸업장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서울대 중퇴’라는 학력으로 수십 년을 지낸 최 씨의 아쉬움을 읽어낸 것은 그의 작품을 연구해 온 모교의 후배 연구자들이었다.

 방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대학원생 등 10여 명은 지난해부터 ‘최인훈 문학의 모든 것’을 주제로 최 씨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들은 최 씨를 몇 차례 인터뷰하면서 “대학을 마치지 못해 함께 월남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명예졸업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최 씨는 비록 졸업은 하지 못했지만 서울대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1963년 발표한 소설 ‘회색인’ 등 다양한 작품에서 대학 생활에서 느낀 고뇌와 상념을 녹여내기도 했다.

 법대 출신으로 최 씨의 17년 후배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지난달 방 교수 등의 명예졸업장 수여 제안을 누구보다 반겼다. 성 총장은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생존 작가를 기리는 동시에 서울대의 인문학적 정신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방 교수 등은 최 씨가 명예졸업장 제안을 고사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최 씨 역시 흔쾌히 받아들이며 고마워했다.

 서울대는 최 씨와 명예졸업장 수여 방식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2003년 단편소설 ‘바다의 편지’를 발표한 뒤 13년간 신작을 내지 않은 최 씨는 현재 새 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