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선수단에는 늘 밝은 분위기가 감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수평적 문화가 강하다.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창의적 배구의 토대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한다. 청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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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의 계절이 돌아온다. KOVO컵을 통해서 드러났듯, 올 시즌 V리그는 절대강자도, 약자도 없는 전력평준화의 춘추전국 구도가 예상된다. 게다가 트라이아웃으로 선발된 외국인선수의 가세로 더 예측하기 어려운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와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이동도 활발한 편이었다. 장기 레이스인 V리그에서 각 팀 사령탑들의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팬들은 즐겁다. 스포츠동아는 15일 개막하는 V리그 개막에 맞춰 KOVO에서 주목할만할 변화를 추구한 구단들의 전력을 심층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 시즌 새로운 배구 트렌드를 창출하며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던 현대캐피탈을 다룬다.
● 스피드배구의 업그레이드는 가능할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9월 일본 오사카 전훈에서 파나소닉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밖에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본 김성우 사무국장이 “저러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갑상선암과 싸워 완치된 뒤, 최 감독은 담배를 멀리 했다. “괜찮다”고 씩 웃었지만 현대캐피탈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직면한 최 감독이 받는 중압감은 상상 이상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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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에서 강렬했던 업템포 1.0 배구는 성적이 뒷받침되며 시너지가 나왔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제도 도입으로 도저히 몸값을 맞춰줄 수 없는 S급 인재 오레올이 팀을 떠난 것이다. 공수에 걸쳐 이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이지, 그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배구의 에센스인 스피드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인지가 과제로 남았다. 일본 전훈은 이를 보완할 방책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모색의 시간이었다.
현대캐피탈 신영석. 사진제공|현대캐피탈
●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의 레프트 전향 실험
혁신은 틀을 깨는 데에서 비롯된다. 기득권을 배제하고 판을 다시 짜는 상상력은 곧 최 감독의 비범함이기도 하다. ‘어떤 조합이 팀 현대캐피탈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가 최고 가치이자 화두다. 그 생각 속에서 나온 파격이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의 레프트 전향 실험이다. 일본 나고야와 오사카 평가전에서 신영석은 오로지 레프트로만 뛰었다. ‘실전만한 훈련이 없다’는 최 감독의 지론에 따른 결과다. 어느 날, 평가전이 끝난 뒤 다른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신영석만 남아있었다. 최 감독이 손수 토스를 올려줬는데 그칠 줄을 몰랐다. 신영석은 거친 숨이 나올 때까지 스파이크를 때렸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예전부터 있었던 광경이었던 듯했다.
신영석이 레프트에 서면 센터 최민호~라이트 문성민까지 V리그 최강 높이가 완성될 수 있다. 실제 평가전에서 현대캐피탈은 이 셋이 전위에 섰을 때 득점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레프트 신영석’에 대해 최 감독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의 뉘앙스였다. 신영석의 센스와 노력에 대한 믿음이다. 신영석은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지만 티 내지 않고 훈련을 소화했다. 센터에서 레프트가 되면 리시브를 해야 하고, 운동량이 커지지만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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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문성민. 스포츠동아DB
● 이제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팀이어야만 한다!
높이는 신영석, 수비는 톤이 대안 카드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공격력은? 최 감독은 당위적으로 문성민을 선택했다. 이제 문성민에게 외국인선수급 공격 성공률과 점유율을 바라고 있다. 문성민이라면 할 수 있다고 신뢰한다. 문성민도 팀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공감하고 있다. 7월 인천에서 열린 한중일 클럽챔피업십에서 현대캐피탈은 외국인선수 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문성민은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띄워주는 볼을 해결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졌다.
현대캐피탈은 선수층이 두꺼운 팀에 속한다. 트레이닝 파트의 관리도 섬세하다. 연고지 천안에 건설한 복합 훈련시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이하 캐슬)’는 최고의 선수 관리 시설을 자랑한다. 그러나 긴 시즌을 치르기에는 현대캐피탈 역시 불안요소를 지니고 있다. 세터 노재욱, 신영석 등 세심한 몸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에이스 문성민의 나이도 이제 30세에 접어들었고, 리베로 여오현은 38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 “우리는 4위 전력”이라는 말속에 담긴 지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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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