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헛싸움한 정치] 與, 의장 사퇴요구 무리수로 시작… 인신공격으로 상황 더 꼬이게 해 정세균 의장, 본인 책임은 언급도 안해… 더민주는 국회 파행 수수방관
민동용·정치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하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시작한 이 대표의 단식은 허무하게 끝났다. 정 의장 사퇴라는 관철이 불가능한 단식 명분을 내세웠던 이 대표는 결국 “국회의장에게서 사과 등 단식 중단의 명분을 받을 수는 없다”며 ‘무조건’ 중단 선언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의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뒷조사를 통해 ‘황제 출장’이라며 의장의 부인과 딸까지 싸잡아 인신공격을 한 집권 여당의 행태는 두고두고 입길에 오르내릴 만하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국감 파행 국면에서 전략적이고 치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조차 나온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의 급작스러운 국감 복귀 선언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국감 복귀도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두 번 이 대표를 찾은 뒤에야 이뤄졌다. 여야 중진끼리 물밑에서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복귀를 위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 2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추인해 달라는 주문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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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을 꿈꾸면서도 ‘여당 대 의장의 대결’이라며 관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아쉬웠다.
20대 국회가 협치(協治)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환상이 돼버린 것 같다. 여전히 여야는 서로가 꺾어야 할 적(敵)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지난 8일간 보여줬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