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삶과 사회를 정확하게 보도록 이끌어”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정유정 씨(왼쪽)와 산티아고 감보아. 정 씨가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세상을 똑바로 보도록 한다”고 하자 감보아는 “맞다. 세상은 바꿀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두 사람은 서울 종로구 동숭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하는 소설가들이다. 정 씨는 새 작품 ‘종의 기원’이 16만 부 이상 팔리는 등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감보아는 작품이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남미 문학가 중에서도 국제적인 활약이 돋보이는 작가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마르케스의 나라 콜롬비아에서 온 그는 현지에서 ‘21세기의 마르케스’로 불린다.
행사에 앞서 서로의 작품을 읽은 두 사람에게 감상을 물었다. 감보아가 소설 ‘밤의 기도’에서 1970, 80년대 중산층 가정의 불안정한 풍경을 그린 데 대해 정유정 씨는 “1960년대생이라면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지구 반 바퀴를 돈 거리인데 경험의 기저는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지 놀라웠다”고 밝혔다. 감보아는 “그래도 당신이 나보다 훨씬 젊다”는 유머를 던졌다(실제로는 한 살 차이다). 정 씨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은 감보아는 “소설이 엄청난 속도를 갖고 있고 영상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 정 씨의 이 작품은 영화화됐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두 사람은 “삶과 사회를 정확하게 보도록 이끈다”고 입을 모았다. 감보아는 “문학 안에서 아픔과 고통은 하나의 경험으로 바뀌게 되며 이를 통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문학이 할 일은 직시하는 것”이라면서 “문학은 세상의 변화 징후를 읽어내고 그것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는 10월 1일까지 열린다. 작가들의 토론과 낭독회, 공연 등이 개최되며 참여 작가들의 에세이도 인터넷(siwf.klti.or.kr)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02-6919-7721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