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이완구 前총리 무죄…1심 뒤집어 “성완종 前회장 자살전 이완구에 강한 원망… 녹음파일-메모 신빙성 떨어져… 비서-운전사도 돈전달 상황 잘몰라” 이완구 “확신 있기에 목숨 내놓겠다 한것” 檢 “상고”… 홍준표 항소심 영향 주목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6)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7일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성 전 회장의 육성 녹음파일과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
▼ “성완종, 분노-배신감속 발언… 증거능력 없어” ▼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파일 등이 이 전 총리 관련 부분에 한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해 이 전 총리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언론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는 자살을 결심한 성 전 회장의 적극적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했다.
금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성 전 회장 수행비서와 운전사의 진술 신빙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녹취록 보도 당일 두 사람 모두 이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하러 갔다는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정황을 들었다.
또 검찰 수사 이전에 수행비서는 쇼핑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운전사는 언론사 보도를 통해 ‘비타500’ 박스를 본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던 이들이 수사기관 진술에서는 태도를 확 바꿔 쇼핑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이 사실을 오인해 공소사실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겠다는 과도한 말씀을 드렸다”며 “남은 3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또 “검찰권의 무리한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며 “한 나라의 총리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정치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이 이번 판결에 대해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전 총리의 유·무죄는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판단에 대한 입장이 수사팀과 다르다”며 “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등법원에서 ‘성완종 게이트’의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과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8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