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투자의 현인’ 워렛 버핏의 유명한 말이다. “도박판에서 호구가 누군지 모른다면 당신이 호구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롯데의 행보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빗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롯데의 거듭된 성적 저하는 곧 FA 영입의 오류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롯데 FA 영입을 관통하는 한 가지 맥락은 ‘임시방편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시즌에 불펜이 약했으니까 FA 시장에서 불펜투수를 뽑겠다. 이러면 약점이 메워 진다’는 식이다. FA 시장에서 불펜투수가 왜 고비용 저효율로 측정되는지, 불펜 FA 영입 성공사례는 어땠는지, 지금 우리가 뽑고 싶은 선수를 왜 원 소속팀은 굳이 잡으려 하지 않는지에 대한 검증은 후순위였다.
학습효과란 것이 무색하게 2015시즌 후 롯데는 다시 불펜 FA에 통 큰 지갑을 열었다. 손승락에게 60억원, 윤길현에게 38억원을 제시한 것이다. 21일까지 두 투수는 7승씩을 거뒀다. 선발투수인 박세웅, 레일리(이상 7승)와 더불어 린드블럼(10승) 다음인 팀 다승 공동 2위다. 물론 손승락은 17세이브, 윤길현은 15홀드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사이 손승락은 5개, 윤길현은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손승락의 17세이브 중 터프세이브는 2개뿐이다. 두 투수의 능력을 의심하자는 것이 아니라 롯데라는 팀에 불펜강화라는 방향성이 맞았냐는 근본적인 자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이 팀을 두고 “예전 이미지와 달리 롯데가 절대 돈을 안 쓰는 구단이 아니다. 문제는 돈을 마치 졸부처럼 쓰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투자에 합리적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역대 롯데 FA를 다 따져 봐도 강민호, 홍성흔, 조성환을 제외하곤 거의 실패에 가까웠다. 반면 이대호(시애틀), 장원준(두산), 김주찬(KIA) 등 롯데를 나간 FA선수 상당수는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롯데의 FA 전략이다. 롯데 프런트가 FA에서 답을 찾으려 드는 한, 호구 소리를 계속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해줄 것 다해줬는데 감독이 못해서’라는 식으로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