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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들 뭐야” 분데스리가 뒤흔드는 막내

입력 | 2016-09-19 03:00:00

1부리그 처음 밟은 라이프치히 돌풍
막강 자금 앞세운 구단 지원 업고, 창단 7년만에 5부→1부 고속 승격
리그 양강인 도르트문트 격파 파란… 시즌 개막후 2승1무 당당 2위 올라




17일(현지 시간) 열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의 방문경기에서 2골을 넣은 라이프치히의 공격수 티모 베르너(왼쪽)가 팀 동료 에밀 포스베르크와 함께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올 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한 라이프치히는 함부르크를 4-0으로 꺾고 시즌 개막 후 2승 1무를 기록했다. 라이프치히 홈페이지

창단 7년 만에 5부 리그에서 1부 리그까지 쾌속 승격한 라이프치히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1부 리그)의 선두 지형마저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17일(현지 시간) 함부르크와의 방문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단 한 번도 2부 리그로 강등된 적이 없는 팀과 올 시즌 1부 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는 분데스리가 신입생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함부르크는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후 2부 리그로 강등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유일한 팀이다.

라이프치히는 이날 함부르크전을 포함해 2016∼2017시즌 개막 후 치른 3경기에서 기록한 7골을 모두 후반에 넣는 뒷심을 보였다.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한 라이프치히는 5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바이에른 뮌헨(3승·승점 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라이프치히는 11일 강팀 도르트문트를 1-0으로 꺾으면서 승격 팀의 반란을 일으켰다. 최근 6년간 우승 2번과 준우승 3번을 차지한 도르트문트는 뮌헨과 함께 분데스리가의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명문 클럽이다. ‘빌트’를 포함한 독일 현지 매체들은 라이프치히를 뮌헨의 대항마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18개 팀 중 유일하게 옛 동독 지역 연고팀인 라이프치히는 2009년 5부 리그 팀을 인수해 재창단했다. 라이프치히는 창단 첫해인 2009∼2010시즌에 5부 리그 1위를 해 2010∼2011시즌 4부 리그로 올라섰다. 2013∼2014시즌에는 3부 리그로, 2014∼2015시즌에는 2부 리그로 연이어 승격했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올 시즌 1부 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라이프치히는 승격하는 데 필요할 정도만큼의 선수 영입을 거듭하면서 단기간에 1부 리그 진출을 이뤄 냈다.

라이프치히는 5부 리그에서 시작한 팀이지만 자금력이 막강한 부자 구단이다.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이 구단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레드불은 국가대표 황희찬(20)이 소속된 오스트리아 리그의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미국 프로축구(MLS)의 뉴욕 레드불스 등 5개 팀을 갖고 있다. 레드불의 자금력을 등에 업은 라이프치히는 유망주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올 시즌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뛰던 올리버 버크(19)를 이적료 1500만 유로(약 190억 원)에 데려왔다. 라이프치히는 유망주 육성과 영입을 통해 분데스리가의 강팀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에서 선수 평균 연령(23.5세)이 가장 어린 팀이다. 분데스리가 전체 선수의 평균 연령은 25.3세다.

레드불의 자금력을 앞세운 라이프치히의 돌풍에 대해 독일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반감도 있다. 분데스리가는 일부 예외 조항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구단 지분의 49%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입김에 팀이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 팬들은 라이프치히의 지분 거의 전부가 사실상 레드불 소유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도르트문트 팬들은 “분데스리가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라이프치히의 안방에서 열린 11일 경기 때 원정 응원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