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뉴욕 총영사관 8층 회의실에선 방미 중인 정 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뉴욕 특파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전날 반 총장과의 면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본부에서 가진 이들과의 만남에서 “총장 임기(올해 12월 31일)를 마치는 대로 1월 초·중순 경 귀국하고, 국민들에게 사무총장 10년의 활동을 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반 총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힌 건 아니지만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자마자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을 위해) 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상당히 강하게 (대권 도전에 나서달라는) 러브 콜을 보냈는데 반 총장이 전혀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가 면담 중에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首長)으로서 분쟁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말했는데 이를 박 원내대표는 ‘(대권 도전에 나서달라는) 러브 콜’로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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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 총장 측은 ‘대망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 억측을 불식시키기 위해 반 총장이 퇴임 후 곧바로 한국에 안 들어가고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해외 활동에 주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퇴임 후 곧바로 귀국한다는 반 총장의 발언이 대권 도전 의사를 굳힌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유엔 소식통들이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거의 늘 1위를 차지하는 데 대통령 적임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당이 달라서 ‘적합한지’를 대답하긴 어렵다. 다만 지지율이 지금 높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찬종 이회창 씨 등처럼 지지율이 제일 높았다가 대통령이 못 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반 총장은 아직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래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제 면담에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검증 과정에서) ‘사무총장으로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기여 못했는데 한국 대통령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