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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KCM “가난의 설움, 다른 아이들은 안겪었으면”

입력 | 2016-09-14 03:00:00

제지회사 대표 된 가수 KCM… 어린이재단에 수익 1% 기부
저소득층 여학생 생리대 지원 추진




그는 한여름에 빵모자를 쓰거나 맨살에 ‘조끼(베스트)’를 입고는 큼지막한 버클의 벨트를 즐겨 찼다. 그런 연예인이어서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수 KCM(본명 강창모·사진) 이야기다.

군 입대 등으로 약 5년의 공백을 가졌던 그가 최근 연예계에 복귀했다. 사람들은 ‘난해한’ 옷 대신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의 모습에, 공백 기간 그가 제지회사의 대표로 일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가 공백 기간에 꾸준히 봉사와 기부를 해왔다는 소식은 그의 이미지 변신을 널리 알리기에 충분했다.

“제 이미지가 그렇게 이상했나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가 웃으며 말했다. “몰래 봉사하고 기부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제 겉모습이 투박하고 옷차림이 독특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입대 전 ‘흑백사진’ 등의 노래를 불렀던 그가 어쩌다 제지회사 대표가 됐을까. 그는 군 전역 후 제지회사를 운영하던 외삼촌에게서 입사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는 다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생각할 때 외삼촌이 ‘네가 언제까지 음악 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아무래도 음악 일은 기복이 심하니까 외삼촌 말에 귀가 솔깃했죠. 결국 2013년 삼촌 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직접 박스를 옮기고 기계를 만져가며 일을 배웠다. 그러다 지난해 물티슈를 만드는 작은 제지회사를 만들어 독립했다. 기부를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회사에서 만드는 물티슈를 저소득 가정을 위해 기부했다. 올 6월엔 저소득 가정 아동을 후원하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수익의 1%를 기부하는 협약을 맺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우유배달, 신문배달을 하면서 살았다”며 “형편이 곤란한 아이들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친 이미지에 가려 있었지만 사실 그는 가수 활동을 할 때부터 남 몰래 꾸준히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들은 몇억 원씩 기부하잖아요. 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괜히 생색내는 것 같아서 제지회사에 들어간 뒤에는 외부에 알리지도 않고 기부 행사에도 직접 가지 않았어요. 꼭 사진 찍으러 간 것 같잖아요.”

KCM은 현재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생리대가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이용했다는 여중생의 소식을 듣고 직접 도울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는 “내 사업으로 어려운 이들을 조금이라도 돕길 바란다”며 “사업이 웬만큼 궤도에 오른 만큼 10년, 2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무게감 있는 가수가 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