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기이사 이후 행보는
삼성물산은 사실상의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삼성생명은 최근 잇달아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전자에 등기이사로 먼저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일단 최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9%.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이고 오너 일가지만, 개인 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늘 아킬레스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경험해 본 삼성으로선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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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추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맡되 대표이사(CEO)는 맡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 근거로 거론되는 게 삼성전자가 앞서 3월 변경한 이사회 정관이다. 이전까지 대표이사만 맡을 수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중 누구나 맡을 수 있게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미리 깔아 둔 포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사회 의장을 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지 않으면 권한은 강화하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당장 4분기(10∼12월) 사업보고서부터 연봉을 공개하게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임원은 모두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 부회장 연봉은 부회장급보다는 적지만 고참 사장급보다는 많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1∼6월) 총 29억 원을 받았고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은 각각 16억 원가량을 받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