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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믿었다가… 스타트업 날벼락

입력 | 2016-09-12 03:00:00

공개된 보험료 자료 변환해 구직정보 제공 ‘호평’
업계 민원에 데이터 공급 중단… 벤처 존폐 기로




국민연금공단이 자사의 공공 정보를 개방했다가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공개를 중단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스타트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해 민간의 공공데이터 이용 활성화와 창업 촉진을 지원하겠다며 ‘정부 3.0’을 외쳐온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여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기업부터 사기업까지 급여를 포함한 구직 관련 정보를 제공해 취업준비생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크레딧데이터의 ‘크레딧잡’ 서비스가 8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크레딧잡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전국 42만여 개 기업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기초로 급여를 환산해 구직자들에게 제공했다. 동시에 올해 성장률, 퇴사율 등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출시 18일 만에 약 100만 클릭이 나오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국민연금공단은 크레딧잡이 입소문을 얻자 정보가 공개된 일부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며 항의를 받았고, 결국 크레딧데이터에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업체들은 크레딧잡이 스톡옵션 등을 반영하지 않은 급여 수준을 노출해 구직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이 크레딧잡에 급여 수준에 대한 구직자들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별도 표기를 하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서비스 자체를 중단시킨 것은 과잉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크레딧잡은 그동안 급여 영역에서 근로자들이 겪어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준 획기적인 서비스인데, 꽃을 피우기도 전에 고사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9월 ‘국민연금 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발굴 공모전’을 열고 크레딧데이터에 장려상까지 수여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서비스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말만 반복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