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부산 남구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부딪친 싼타페 차량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찌그러졌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 5월 2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한 운전자가 몰던 싼타페 차량이 정지 신호를 받아 대기하던 앞차를 갑자기 들이받고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다 가까스로 멈추는 사고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급발진을 의심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사고 원인은 운전자의 조작 실수였다. 8월 2일 부산 남구 감만동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는 피서를 가던 일가족 5명이 탄 싼타페 차량이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4명이 숨졌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 사고의 원인을 밝히려 감정을 진행 중이다.
두 사건 모두 사고 원인이 차체 결함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운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불신의 화살은 한 곳으로 향한다.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다.
차량의 급발진 원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한국소비자원 등이 급발진 원인을 밝히고자 여러 차례 조사에 착수했지만 차체의 결함을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2일 오후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진행된 국산 쏘나타(왼쪽)와 미국산 쏘나타(오른쪽)의 충돌실험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실제로 현대차를 타는 운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현대차는 급발진 논란 외에도 끊임없이 내수 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싼타페를 모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많이 보도돼 차를 탈 때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주변 지인의 사고가 아니라 실제로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게도 언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동을 걸 때마다 확인 또 확인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수 차별 의혹을 불식하고자 지난해 열린 쏘나타 30주년 기념 자동차 영화시사회에서 쏘나타 국내 생산 모델과 미국 생산 모델이 서로 충돌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동일한 안전성을 갖췄음을 검증하기도 했다.
7월 26일, 현대차는 6월 20일 이전 생산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인젝터 교환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현대차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한 40대 사업가 최모 씨는 “해당 차종을 타다 보니 뉴스에 더 민감하다. 10년간 보증을 해주겠다고 해도 소비자 과실이 아닌 것을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리콜 절차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동호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들은 사람만 교체하는 실정이다. 그것도 동호회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항의하니 교체라도 해주게 된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소비자 반응에 대해 현대차도 할 말은 있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 갖가지 노력을 한다. 지난해 쏘나타 충돌 시연도 했고, 공장을 보여드리기도 하고, 연구소장을 모셔놓고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익명성에 숨어 온라인으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기업 차원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데, ‘쇼 한다’ 한 마디면 끝나버리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밉상’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소비자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의 충고다. “현대차는 그간 소통하지 않고 막혀 있던 회사다. 자사에 유리한 것만 알리려 하고 불리한 건 막아뒀지만 그렇게 해도 판매에 별 지장이 없던 사실상의 국내 자동차 판매 독점 회사였다.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독점적 위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관용’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는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자동차 산업을 키우는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도 면에서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