醬 관련 고금의 기록 총망라 ‘장보’ 펴낸 이한창씨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이한창 전 동덕여대 연구교수가 장이 담긴 독 앞에서 자신의 저서 ‘장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록을 살피면 우리가 역사적으로 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 왔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선시대 실학자 이규경(1788∼1856)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오는 여름철 ‘즙장(汁醬)’ 만드는 법이다.
“즙장은 집장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어요. 통상 물을 타 걸쭉한 된장에 배추 같은 부재료를 넣은 뒤 항아리를 땡볕에 두고 삭혀 만드는데, 새콤하면서도 장의 독특한 감칠맛이 있지요. 보리밥하고 먹으면 참 맛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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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00쪽이 넘어 ‘베고 자도’ 좋을 만한 분량이다. 고서 사전 의약 구황 제조 동남아 편으로 나누어 주례(周禮)부터 조선왕조실록까지 한중일의 고서와 논문 등 351편에서 장에 대한 기록을 뽑았다. 장에 대한 기록이 그렇게 많을까 싶지만 19세기 중엽에 조선에서 나온 저자 미상의 ‘군학회등(群學會騰)’에만 장 담그는 법이 28가지나 나온다. ‘장의 나라’를 자처하지만 막상 현대에 즐겨 먹는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쌈장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장은 놀랄 만큼 다채롭다.
이 전 교수는 1959년부터 국내의 한 간장 회사에서 연구부장으로 일하며 양조간장을 개발했다. 이후 대학에서 발효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하고 2000년경 이 책을 구상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규장각을 비롯해 전국의 도서관을 다니며 10년 동안 각종 자료를 1000편 이상 모았다.
장 문화는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발달한 것이어서 한글과 한문, 일본어 자료를 고어(古語)까지 독해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 이 전 교수는 “장은 동아시아 식문화의 중심”이라며 “그러나 막상 장의 역사가 담긴 문헌을 정리해 놓은 책이 없는 것을 보고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록에서도 장 관련 기록을 적지 않게 발견했다. 태조 때부터 장 관련 기록이 등장한다. 이 전 교수는 특히 ‘궁중에 장을 담당하는 부서(시전장·試典醬)가 있었다’(정조실록) ‘장이 군복을 염색하는 염료(포염장·布染醬)로 쓰였다’(영조실록) ‘뜸을 뜨는 데(장지구·醬之灸) 쓰였다’(숙종실록) 등의 기록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 문헌에는 중국 일본에서 쓰이는 장유(醬油)라는 단어가 전혀 안 나온다”며 “한국의 장 문화는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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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